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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명과 무덤사이 (요 5:25) 운영자 2023-06-2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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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화 <도쿄택시>에는 말도 안 되는 손님이 등장한다. 그의 이름은 료, 그는 아마추어 록 밴드의 리드 보컬이다. 어느 날 그가 속한 밴드가 한국에서 열리는 락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된다. 그러나 비행기공포증이 있던 료는 홀로 남겨진 도쿄에서 손을 들고 택시를 잡으며 말한다. “서울이요.”

 

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 손님제일주의 철직으로 무장한 20년 경력의 베테랑 택시기사 야마다가 등장한다. 서울로 가겠다는 료에게 그는 이렇게 반문한다. “비행기보다 비쌀 텐데 괜찮으시겠어요?” 이때부터 영화는 두 일본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풍광과 문화를 유쾌하게 풀어놓기 시작한다. 택시가 마침내 서울에 도착한다. 이미 한밤중이라 두 사람은 어느 산 어디쯤에 잠시 차를 멈추고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대화를 나눈다. “왜 이렇게 무덤이 많은 걸까?” - “왠지 빨갛고 예쁘네요.”

 

유쾌하게 영화를 보던 중 이 장면에서 그만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. 그렇다. 이 이국 사람들의 눈에 무덤으로 보였던 것은 다름 아니라 교회의 빨간 네온사인 십자가였던 것이다. 기독교인이 1%도 안 되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게 교회의 표지인 십자가로 뒤덮인 야경은 분명 낯설고 이국적인 풍광이다. 그러나 이들의 시선이야 말로 한국 기독교의 본질을 드러낸 것 같은 충격을 받고 말았다.

 

지금 이 땅에서는 죽음을 이긴 부활과 생명을 상징하는 십자가, 그래서 기독교의 상징이자 교회의 상징이 된 십자가가 무덤을 가리키는 십자가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?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. 생명을 상징하는 십자가가 죽음을 상징하는 무덤의 십자가가 되어 버렸다면, 그 건물 속에 있는 것이 생명과 활력으로 가득 찬 인간이 아니라 죽은 사람들뿐이라면.

 

예수께 나를 따르라는 말을 들었지만 마침 아버지의 장례를 치러야 했던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. “먼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게 해 주십시오.” 그러자 예수는 이렇게 말씀하셨다. “죽은 사람들에게 죽은 자를 묻게 하고 당신은 가서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십시오.”(9:60) 죽은 사람들에게 죽은 자를 묻게 하라, 이 말로 예수는 살았으나 죽은 사람들에 대해 말씀하신다. 살아도 살아있지 않은 삶이 있다는 것이다. 생물학적으로 살아있으나 결국에는 죽어있는 삶이. 나는, 살아 있는가?

 

주위를 돌아볼 일이 아니다. 이 땅의 밤하늘을 수놓은 빨간 십자가가 부활과 생명의 십자가가 될지, 무덤의 십자가로 될지는 바로 나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.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. 나 또한 예수께 따르라는 명령을 들었으나, 지금 이 순간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기 때문이다. 생명과 무덤 사이, 이것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. 지금, 바로 여기의 문제다.

 

(이진경, 경건한 쓰레기, 1986엠오디, 23-25쪽 요약 발췌)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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