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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(이 채) 운영자 2008-11-15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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http://www.sudoch.org/bbs/bbsView/7/752510

말을 하기 보다 말을 쓰고 싶습니다
생각의 연필을 깎으며 마음의 노트를 펼치고
웃음보다 눈물이 많은 고백일지라도
가늘게 흔들리는 촛불 하나 켜 놓고
등뒤에 선 그림자에게 진실하고 싶습니다

피었을 땐 몰랐던 향긋한 꽃내음이
계절이 가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고
여름숲 지저귀던 새들의 노래소리가
어디론가 떠나고 흔적 없을 때
11월은 사람을 한없이 쓸쓸하게 만듭니다

그러나 바람결에 춤추던 무성한 나뭇잎은 떠나도
홀로 깊은 사색에 잠긴듯
낙엽의 무덤가에 비석처럼 서 있는
저 빈 나무를 누가 남루하다고 말하겠는지요
다 떠나보낸 갈색 표정이 누구를 원망이나 할 줄 알까요

발이 저리도록 걷고 걸어도 제자리였을 때
신발끈을 고쳐 신으며 나는 누구를 원망했을까요
그 길에서 하늘을 보고 땅을 짚고
몸을 일으켜 세우며 나는 또 누구를 원망했을까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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